우리가 대량 문자를 사랑하는 이유 (너도 나도 다아는 사실!)

고려대 법대와 일산대 영문과 석사 졸업, 베스트셀러 작가 신경숙의 『리진』으로 번역가 데뷔, 데뷔 9년 차에 시민 번역가 중 최초로 부커상 국제부문 후보 지명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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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이력을 보면 번역가 안톤 허(42)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은, 상복 대다수인 사람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그의 목숨은 순탄치 않았다. 법관이 되길 바랐던 부모님의 뜻을 따라 법대에 갔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방황했고, 서른 살이 넘어 문학의 꿈을 좇아 대학원에 들어갔다. 뒤 통역사·비문학 번역가·컴퓨터 프로그래머 등 수많은 직업을 전전했다. 전업 대량문자보내기 문학 번역가가 된 것은 31세.

영문학 석사 학위를 땄지만 번역 일은 거저 주어지지 않았다. 작품을 번역하기 위하여는 대한민국 출판사를 설득해 일감을 따내야 했고 본인이 미국으로 날아가 현지 출판사에 제안서와 샘플 번역본을 내밀며 “왜 이 책이 영어로 나와야 하는지” 본인이 세일즈해야 했다. 그가 지난 20일 출간한 에세이 『하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요?』(어크로스)에 담긴 늦깎이 번역가의 고군분투기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안톤 허는 “부커상 후보에 오른 후 번역에만 몰입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었다. 그 전까지는 “책을 발굴하고, 번역 샘플을 만들고, 우리나라 출판사에 연락해서 번역권을 따내고, 해외 출판사에 책을 어필해서 출판 계약을 성사 시키는 일이 작업의 팔할이었다”면서다. 계약이 엎어지면 그 공정에 들인 기한과 비용과 노력은 허사가 한다. “대한민국 문학을 영어로 번역하는 전업 번역가가 일곱 명도 안 되는 이유”다.

번역가가 적으니, 번역서도 적다. 안톤 허는 “영미권에서 출판되는 우리나라 소설은 일 년에 많아야 열 권 남짓”이라고 하였다. 영미권 독자들이 번역 문학을 읽지 않는 탓도 있지만, 문학 번역에 전념하기 어려운 척박한 시장 구조도 한몫 완료한다. 대표적인 것이 번역권 계약 관행이다.

“출판사 주로이 번역가로부터 번역 저작권을 양수합니다. 이런 관행 때문에 책이 아무리 많이 팔려도 번역가에게 추가로 돌아가는 몫이 없어요. 문학 전공 번역가가 안 나오죠. 일 년에 영어로 나오는 책이 많아야 열 권인데, 노벨상을 기대하는 게 말이 되나요?”

부커상 후보 지명 잠시 뒤 그는 에이전트를 채용하였다. 이제 계약서 작성 등 부수 업무는 그의 소속사가 정리완료한다. 직접 일감을 따내지 않아도 번역 의뢰가 들어온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는 데 기쁨을 느낄 수 있다”고 했었다. 그에게 ‘부커상 더블 롱리스트(5차 후보)’라는 영예를 안겨준 정보라의 『저주 토끼』와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 전부 그가 먼저 작가와 출판사에 “번역을 맡겨달라”고 제안해 해외 출판이 이뤄졌다.

“한영 번역은 대한민국 문학을 국내에 수출하는 일이에요. 국내외 출판사에 제출할 샘플 번역과 기획안 제작 자금을 대한민국문학번역원이 지원도와준다면 대한민국 문학을 국내에 알릴 기회가 늘어날 겁니다.” 가장 황당한 건 K팝이 잘 되니 K문학도 절로 잘 될 것이란 기대예요. (국내외 팬들이) 블랙핑크 좋아된다고 황석영 소설 읽나요?”

안톤 허의 소설가 데뷔도 머지 않았다. 미국 대형 출판그룹 하퍼콜린스가 내년 여름 그의 영문 장편 긴 글을 내기로 했다. 이 ‘까칠한’ 번역가의 소설을 번역해줄 지금세대들은 http://edition.cnn.com/search/?text=단체문자 누굴까. “『저주 토끼』의 아이디어라 작가가 번역을 도와준다고 했다”며 그는 환하게 웃었다.